앞서 소개한 중국의 BAT기업에서 마지막, 하지만 현재 가치로 가장 큰 입지를 가진 텐센트입니다.
정말 아직도 BAT기업을 모르는 분들을 위해 가장 쉽게 설명하자면 이렇습니다.
바이두 = 네이버, 구글과 같은 검색기반의 IT대기업
알리바바 = 쿠팡같은 마켓플랫폼과 제로페이 같은 결제시스템의 IT대기업
텐센트 = 카카오톡, 텔레그램 같은 메신처 채팅프로그램의 IT대기업
하지만 두기업보다 텐센트는 한줄로는 설명하기 부족합니다.
왜냐하면 저는 텐센트는 어마무시한 투자회사로 보기 때문입니다.
그럼 세번째로 알아볼 중국의 기업은 텐센트입니다.
알리바바가 전자상거래로 시작했다면, 텐센트는 PC 메신저인 QQ(펭귄 이미지)로 시작해서 그 안에서 다양한 게임, 뉴스, 음악 등의 각종 엔터테인먼트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수익을 창출했고, 모바일 시대로 접어들기 전에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인 위챗을 출시하면서 모든 중국인들의 스마트폰의 필수 어플로 등극했습니다.
제가 교환학생이던 2005년 시절, 중국 친구들 혹은 푸다오와 연락을 할 때는 샤오링통이라는 우리나라PCS폰,시티폰과 같은 지역내 휴대전화를 사용했지만 메일은 대부분 QQ로 주고 받았습니다. 당시에는 QQ는 메신저 역할은 물론 우리나라의 싸이월드 같은 개인 공간, 개인 블로그 역할까지 담당했으니 젊은 세대들에게는 정말로 가장 핫하고 가장 최신화된 문명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후 애플의 아이폰이 출시되고, 빠르게 모바일시장이 확산됨에 따라 모바일 메신저 프로그램을 런칭하였고, QQ와도 연동하여 가입할 수 있게 하였습니다. 이후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메신저와 SNS 기능을 비롯한 캐시카우인 게임, 동영상, 음악, 소설 등의 각종 엔터테인먼트 서비스, 지분 투자를 통한 전자상거래 플랫폼, 생활에 필요한 각종 O2O 사업, 알리바바 신유통에 대항하는 스마트 유통 서비스, 여기에 알리바바에 버금가는 핀테크 사업과 클라우드, AI 등의 신규 사업과 각종 신규 스타트업에 거액을 투자하는 벤쳐캐피털 분야까지 손이 미치지 않는 분야가 별로 없을 정도로 광범위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있게 된 것입니다.
현재 텐센트는 위챗(微信, 웨이신, WeChat)으로 시작해서 위챗으로 끝난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텐센트 사업의 구심점으로 위챗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업계 종사자들이나 중국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알겠지만 한국의 IT기업의 양대 산맥인 네이버 · 카카오 모두 중국의 텐센트 · 알리바바를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은 지 꽤 오래됐지 사실 과거 10년전만 해도 텐센트가 여러 한국 기업을 벤치마킹하였고, 정말 짧은 사이에 이렇게 세상이 뒤집혔습니다. 이는 분명 중국이라는 규모의 경제가 가능한 베이스가 있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인 사례로 예전에 2006년 중국에서 대학 강의를 들을 때, 중국 교수님이 이렇게 이야기 했습니다. "중국은 대기만성이다, 현재 중국의 평균 인터넷 속도는 100K가 안되지만, 5년후 10년후 IT인프라가 갖춰진 이후에서 바라본다면 IT강국이라는 한국은 물론 실리콘밸리들의 IT기업들도 뛰어넘는 성과를 낼 것이다." 당시에는 학생이었던 것도 있지만 사실 이 드넓은 중국에 광랜이 모두 설치된다고?라고 생각하며 의아해 했습니다. 실제로 아직도 중국에는 광랜이 설치되지 않은 곳들이 많았고, 그건 IT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내 잘못이었습니다. 왜냐하면 지금은 유선이 아니라 무선의 시대이기 때문에 굳이 광랜을 모두 설치하지 않아도 위성 혹은 WIFI 또는 블루투스 같은 무선으로 접속할 수 있는 시대가 오리라는 것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시작과 발전 - 텐센트와 큐큐의 어원
다시 돌아와서 텐센트는 1998년 11월 설립되어 1999년 2월 큐큐(QQ)라는 PC용 메신저 서비스를 시작으로 성장한 IT 회사입니다. 지금은 너무 다양한 사업을 영위하고 있지만 그들의 태생적 DNA를 파악하기 위해선 반드시 QQ 메신저로부터 학습해야 합니다. 1990년대 말에서 2000년 초반에 태동한 대부분의 1세대 중국 IT 기업이 그러하듯 해외의 유명한 서비스를 베껴서 가져오는 카피캣으로 시작했습니다. 창업자 마화텅(马化腾)은 1971년생으로 광둥성 출신으로 텐센트를 중국 최고의 기업으로 만든 지금도 굳이 먼저 나설 필요 없고 잘하는 게 있으면 효율적으로 재창조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말을 자주 한다고 합니다. 마화텅은 퍼스트 무버(First mover)-선도자보다는 패스트 팔로워(Fast fallower)-빠른후발주자의 전략을 선호합니다. 이는 무언가를 새롭게 만드는 일은 너무 어렵고 많은 투입이 들지만 그것을 응용해서 조금 더 나은 방향으로 만드는 것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보다 수월하다는 것을 계속 체화했기 때문입니다. 분명 성공만 할 수 있다면 모방 전략=벤치마킹도 훌륭한 전략으로 볼 수있습니다. 실제로 텐센트는 모방으로 시작해서 모방에 자신만의 양념을 쳐서 오리지널보다 더 뛰어난 것을 만드는 데에는 도가 튼 기업으로 볼 수 있죠.
이렇게 QQ는 시작되었습니다. 이스라엘의 미라빌리스라는 회사가 개발한 ICQ(I Seek you, 너를 찾는다는 뜻)라는 PC 메신저를 벤치마킹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미국 AOL(American Online)에 인수되면서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서 많이 사용되었고 텐센트는 자신들이 개발한 메신저의 이름을 OICQ라고 지었고, 원래 ICQ 앞에다가 ‘Open’을 붙여서 네이밍에서 나름의 차별점을 두었지만 카피했다는 것을 대놓고 이야기한 셈이었습니다. 하지만 분명 우선 원조 ICQ를 완벽하게 카피하진 않았습니다. 중국에 맞춰야했죠. 특히 원래는 채팅 기록이 로컬 컴퓨터에 저장되는 시스템이었으나 대부분 당시 중국 접속자들은 대부분 본인 소유 컴퓨터가 없이 왕빠(PC방)이나 회사에서 사용했으므로 예전의 메시지와 친구 목록을 다시 볼 수 없는 불편함을 겪었다. 따라서 이를 중국 실정에 맞게 중앙 서버에 저장해서 사용자 경험을 크게 개선하는 등 지속적인 사용자 친화 서비스를 제공했습니다. 이렇게 출시 2개월인 1999년 4월에 20만 명, 출시 9개월인 10월에 100만 명, 출시 첫해 말에는 130만 명을 달성해 메신저 시장점유율 80%를 차지했습니다. 그리고 2년 만에 4,000만 명을 돌파하여 중국 국민 메신저로 거듭났죠, 그리고 이런 발전에 따라 미국 ICQ의 모회사인 AOL로부터 상표권 침해를 중단하라는 요구를 받고 지금의 이름인 큐큐(QQ)로 메신저 서비스 이름을 변경했습니다. QQ는 텐센트의 메인 캐릭터인 펭귄을 상징으로 하는 귀여운 이미지의 ‘Cute Cute’이라는 뜻도 됩니다. 우스개 이야기로 우리와도 마찬가지지만 중국인들도 발음에 따른 축약?신조어를 많이 만듭니다. 큐큐처럼 THANK YOU = 3Q로 만들기도 합니다. ㅎㅎ 어쨌든 이렇게 명칭을 바꾼후에 QQ는 입에도 발음도 잘 붙고 의미도 좋게 되었지요. 참고로 텅쉰의 영어 이름인 10센트는 문자 메시지 1통에 10센트 정도라는 사실에 착안해서 지었다고 한다. 당연히 중국 발음인 텅쉰과 이름도 비슷해야 하고, 원래 메시징 서비스로 출발한 의미도 반영하는 한편으로 우리 회사는 고작 ‘땡전 한 닢’이라는 느낌으로 겸손함과 재미도 갖추고 기억도 하기도 좋아서 상당히 좋은 네이밍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텐센트는 점점 더 빠른 속도로 늘어나는 가입자 수의 수많은 데이터를 감당하기 위한 서버 증설 및 관리 자금, 서비스 기능 개선과 개발을 위한 인건비 압박에 시달리고 있었습니다. 일반적인 투자자 물색은 물론이고 텐센트가 입주해 있던 건물주한테까지도 지속적으로 투자하라고 권유할 지경이었으니 자금 압박이 얼마나 심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그러다가 알리바바 마윈이 창업 초기 소프트뱅크의 손정의(孙正义)를 만났듯, 텐센트는 남아공 최대의 미디어 그룹인 내스퍼스(Naspers)의 CEO 쿠스 베커(Koos Bekker)를 만났습니다. 당시 내스퍼스는 중국 인터넷 기업에 투자하기 위해서 먼저 중국 현지 PC 카페에서 사람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조사를 해 보니 중국 전역 어디서나 OICQ라는 메신저를 쓰고 있었고, 명함에 전화번호와 함께 OICQ ID를 적어놓는 점이 인상 깊었다고 합니다.
이후 쿠스 베커는 텐센트의 향후 잠재성장력에 주목하여 2001년도에 약 3,000만 USD를 투자해서 거의 절반에 가까운 46.5%의 지분을 인수하게 되죠. 나중에는 다른 투자자 유입으로 30%대로 지분율은 줄었으나 그 물량을 대부분 아직까지 가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창업자인 마화텅의 지분이 10%도 안 되므로 무려 그에 3배 이상을 갖고 있는 셈이지만 경영권 전반의 간섭을 하지 않으며, 지금 텐센트의 시가총액은 전년 동기 대비 크게 떨어졌으나 2022년 초 기준 약 4.3조 HKD(약 5,500억 USD)입니다. 쿠스 베커 회장과 손정의 회장 입장에서 본다면 두 중국 기업이 가져다준 투자는 무려 수천 배의 수익률에 달하는 잭팟인 셈입니다. 이렇게 2001년도 텐센트는 내스퍼스의 투자로 숨통이 트였지만 자체 수익을 창출하는 비즈니스 모델이 없다면 어차피 조만간 투자금은 바닥날 터였습니다, 이 자금난을 극복하기 위해서 끊임없이 고민하던 중 2002년경 텐센트는 초기에 QQ의 벤치마킹 전략처럼 한국의 싸이월드에 주목했습니다. 그리고 2003년 1월 텐센트는 이 싸이월드의 아바타 꾸미기용 도토리 비즈니스 모델을 가져가서 큐큐 메신저에 큐큐쇼(QQshow, QQ秀)를 론칭합니다.
사실 중국이나 한국이나 사람 본성이라는 게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더군다나 체면을 중시하는 중국 문화에서는 자신을 대표하는 아바타를 꾸미기 위해서 많은 캐시 아이템을 구매하게 되었죠, 아바타의 패션, 꾸미기, 배경 등등 뿐만 아니라 다양한 소품을 비롯해서 남들에게 선물도 살 수 있게끔 만들어졌습니다. 단순하게 예쁜 패션 아이템들만 꾸밀 수 있도록 출시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패션 브랜드와의 공식 콜라보를 진행했습니다. 브랜드의 옷을 실제로 사서 입듯 큐큐 사용자의 아바타에 똑같이 입히는 식이었습니다. 이것은 요즘 뜨고 있는 수많은 메타버스 내에서 사람들이 자신들의 아바타에 실제 명품 브랜드의 옷을 사서 걸치는 것과 비슷한 것이죠. 그리고 워낙 QQ의 유저가 많다 보니 패션 브랜드들도 서로 자신들의 신상품이나 인기 상품들을 QQ SHOW에 입점시키기 위해 많은 광고비를 냈고, 출시 6개월 만에 500만 명이 큐큐쇼를 이용하고 아이템 구입에 평균적으로 5위안의 현금 결제를 했습니다. 6개월이라는 단기간에 매출액 2,500만 위안을 달성하면서 텐센트 내에서는 차이나모바일 같은 통신사에 의지하지 않고서도 수익 창출을 냈다는 것에 큰 전환점이 됩니다. 또한 단순 메신저로서 기능하기보다는 종합 SNS로서의 발전이 필요하고 또 충분히 가능하다는 사실을 일깨워 주었습니다. 이러한 벤치마킹과 사업 연결 본능이 텐센트의 근본바닥에 깔린 태생적 DNA라고 할 수 있습니다. 텐센트의 모든 사업에 출발점이자 핵심 역량이 ‘연결’에 있다는 사실은 마화텅은 진작에 깨닳은 것이죠. 이후 텐센트는 사람들의 관심과 비즈니스적 먹이감이 있는 곳을 하나씩 더 빠르게 연결하기 시작합니다.
현재
미국에서 2007년 아이폰을 발매하고 스마트폰 시대로 접어들면서 세상이 확실히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사람들은 언제 어디서나 모바일로 인터넷을 접속할 수 있게 되었고, 텐센트의 역대급 전환점은 이때, PC 메신저에서 모바일 메신저로의 전환으로 기회를 잡습니다. 즉, 큐큐(QQ)에서 위챗(微信, WeChat, 웨이신)으로의 전환이 시의적절했을 뿐 아니라 순조로웠습니다. 사실 한국의 싸이월드, 네이트온은 같이 ‘SK’라는 대기업의 큰 우산 아래 PC 시절 나란히 한국의 SNS와 메신저를 장악하고 있었지만 당시 모바일로의 전환 타이밍을 놓치고 전환 과정 또한 순탄치 않아서 둘 다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버렸고, 지금에서는 회복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었지요.
이와 달리 텐센트는 큰 기업 규모에도 불구하고 스타트업 같은 민첩함과 과감함으로 모바일 메신저를 적시에 출시하고 업그레이드해가면서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성, 이제는 글로벌 최정상의 기업으로 성장하였습니다.
대한민국과 비교하면 메타버스의 할배뻘인 것 싸이월드와 네이트온의 연동은 참 아쉽습니다. 그 후 토종 메신저의 역할을 카카오와 네이버라인이 하고 있지만, 다수의 비즈니스에서 볼 때, 최근 글로벌기업들 트위터,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에게 SNS에서나 이번에 발생한 화재로 많은 이용자가 텔레그램 등을 추가 연결 수단으로 설치했다는 기사를 볼 때, 그 입지가 점점 줄어드는 것이 아닌가 하는 마음에 다시 한번 아쉽습니다.
어쨌든 이러한 전환 상황에 세상 물정 어두웠던 차이나모바일(中国移动), 차이나유니콤(中国联通) 등의 국영 통신사에 장악된 통신업계는 여전히 비싼 통화료와 문자 메시지 비용을 청구하고 있었고, 소비자들은 미국의 무료 메신저인 킥(Kik)을 벤치마킹해서 비슷한 서비스를 내놓자고 마화텅에게 제안하였습니다. 이에 마화텅 역시 적극적인 동의 후, 당시 모바일 인터넷 사업본부의 복수의 팀(당시 2개 팀)에게 모바일 메신저 주문을 맡기게 됩니다. 이것은 텐센트 특유의 사내 경마제도(竞马)로 자원 중복 투입 걱정 같은 것은 저 멀리 갖다 버리고 무조건 완성도 높은 상품을 개발해서 선보이는 팀이 이기는 시스템입니다. 필요에 따라 말그대로 빠른 도입을 위한 경쟁체재를 가동하는 것이죠. 이렇게 개발된 상품은 텐센트 내에서 실제로 다양한 테스트를 거쳐서 최종 승자가 선발됩니다. 그렇게 위챗팀이 사내 경마에서 계속 이겨버리자 텐센트 전 임직원들은 위챗 베타판을 사용하고 추가 피드백을 제시하여 불과 개발이 시작된 지 2개월인 2011년 2월에 위챗이 엄청난 속도로 세상에 등장할 수 있게된 원동력이 됩니다.
당시에 위챗의 경쟁상대는 이미 먼저 출시된 샤오미의 미랴오(米聊)라는 것이 있었지만 미랴오와의 경쟁에서 이기는 것은 QQ메신저 시절 쌓았던 수십 갑자의 메신저 운영 내공이 있었기 때문에 식은 죽먹기의 게임이 되었습니다. 텐센트의 벤치마킹 능력+기존의 메신저 내공으로 미랴오의 인터넷 음성 통화, 사진 공유 기능, 문자 메시지 대신에 음성을 녹음해서 올리는 기능, 인근의 사용유저를 추가하는 기능, 쉐이크 기능-흔들어서 동시에 흔든 사람과 연결(채팅) 등을 차근차근 추가해 나갔습니다. 그리고 위챗에게는 넘사벽의 막강한 능력이 있었는데, 이것은 바로 QQ의 가입자 수 였습니다. 이미 10억을 넘고, 평균 동시 접속자는 무려 1.4억 명, 2012년엔 동시 접속자 수가 1.7억 명을 넘은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QQ라는 유저풀을 가진 텐센트는 어떤 사업을 하든 이미 압도적인 우위, 늦게 런칭하여도 선점의 위치를 점유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그렇게 위챗은 2012년 3월, 출시 후 1년이 약간 넘은 시점에서 사용자 수 1억 명을 돌파했고, 그로부터 고작 반년 만인 같은 해 9월 2억 명을 넘어섰고, 또다시 4개월 만인 2013년 1월에 3억 명을 돌파했습니다. 이야말로 락인 효과(Lock-in)와 네트워크 효과의 정수를 보여주는 사례인데, 현재 2022년 기준 위챗의 월간 사용자 수는 12억 명이 훨씬 넘으며, 이는 중국 내의 스마트폰 보급 수량과 거의 동일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의 어느 업체와의 비교, 경쟁을 한다고 해도 질 수 없는 환경이었으며, 이제는 위챗으로 그 입지를 더욱 공고히 했다고 볼 수있습니다.
차후 위챗에 대해 더 알아보겠지만 위챗을 글로벌 슈퍼앱으로 만든 대표기능을 몇 가지 소개해보려고 한다.
1) 소셜(SNS)기능 - 모멘트(朋友圈, Moment)
2) 공식 홍보계정 (公众号, Official Accounts, 공중하오)
3) 페이기능 (微信支付, WeChatPay), QR코드(二维码) 스캔서비스
4) 마켓 및 생활 O2O 플랫폼 - (점포微信商店)
5) 홍바오 기능 (红包, 세뱃돈 혹은 돈봉투)
6) 미니 프로그램 (小程序, Mini Program)
7) 위챗 내 각종 검색기능, 숏클립 영상, 라이브 방송 및 기타.
현재는 카카오톡에서도 위의 기능들을 어느정도 구현하고 있으나, 차이가 있습니다.
사실 위챗의 경우, 카카오톡과 페이스북이 합쳐져서 같은 어플에서 구현된다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첫번째 소셜기능인 위챗의 모멘트만 살펴본다면, 카카오와 비교를 해볼 수 있습니다. 특히 카카오스토리 실패의 원인 중의 하나는 어플 분리에서 나오는 접속의 번잡함입니다. 어플도 따로 깔아야 하고 카카오톡이랑 왔다 갔다 해야 하는 등 로그인도 상당히 번거롭지만 위챗 모멘트는 카스와는 달리 위챗 어플 내에서 클릭 두 번이면 바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물론 이런 기술적인 문제 말고도 광고 피드의 지나친 범람 등 카카오스토리의 운영 미숙으로 인해 사용자의 경험에 다소 악영향을 끼친 부분이 있습니다. 사실 이것은 대한민국이 가장 걱정해야하는 것 중에 하나인데 앞에서도 몇몇 언급한 규모의 경제입니다. 그리고 이런 규모의 경제에서 운영과 수익의 갈림길에서 가장 절실히 요구되는 사용자 친화적, 사용자 효용적인 구조가 최종 승자가 된다는 것입니다.
위챗의 모멘트는 페이스북과 마찬가지로 텍스트와 이미지 그리고 영상을 타임라인으로 올려서 친구들과 공유하는 기능있고, 나의 타임라인을 공유하듯이 당연히 친구들의 타임라인을 통해서 친구들이 무슨 글, 사진, 영상 등을 올렸는지 파악할 수 있으며 그 위에 댓글이나 좋아요를 누를 수 있습니다. 큰 차이는 없지만 가장 빠르고 가장 편리하며 쉬운 방식으로 사용자를 사용을 이끌어 냅니다. 그리고 위챗 모멘트와 다른 여타 SNS의 가장 큰 특징 중의 하나는 상당히 폐쇄적이라는 것 입니다. 위챗 내에서는 상대방의 친구 수락 동의 없인 상대방에게 먼저 대화를 걸 수도 없고, 상대방의 모멘트도 볼 수 없습니다. 그뿐 아니라 위챗 모멘트 게시물에도 나의 친구들이 댓글을 단 것만 볼 수 있고, 친구가 아닌 사람의 댓글은 하나도 볼 수가 없습니다. 친구들의 게시물에 댓글이 없어도 진짜 댓글이 있는지 없는지는 그 글을 올린 친구 말고는 정확히 알 수 없기 때문에 상당히 사생활 보호 측면에서 신기하면서도 오묘한 시스템입니다.
미래
텐센트는 다른 여러 가지 추가 수익 모델을 찾던 중 당시 게임 산업의 빠른 성장세에 주목하게 됩니다. 그리고 2003년에 게임 산업에 진출해서 수익을 창출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게 되죠. 실제 2005년 경험으로 개인 노트북이 고장나서 중국에 왕빠(PC방)에 갔을 때, 100평이 넘는 규모에 역시 중국이다, 생각하는 것과 동시에 거기에서 모두가 게임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향후 중국에서 게임 산업은 개인의 게임실력과는 무관하게ㅋㅋ 무궁무진하게 발전하겠다. 라고 생각했습니다.
아마도 텐센트의 사람들도 이런 것을 빨리 캐치해서 사업으로 적용하고 발전시켰으리라 생각합니다. 게임 산업의 구조를 살펴보면 크게 개발사와 유통사(배급사)로 나뉩니다, 마치 영화 산업과 같은 맥락이죠. 텐센트도 게임 업계에 진출하면서 게임을 자체 개발을 할 것인지 아니면 게임 유통을 할 것인지 사내에서도 논란이 있었지만 마화텅이 내린 결론은 텐센트도 자체 게임 개발이 가능하지만 아무래도 경험이 적은 상황에서는 리스크가 크니, 우선은 해외에서 성공하고 검증받은 유명 게임들을 중국으로 들여와서 유통하는 퍼블리싱 쪽으로 방향을 잡고 진행하되 자체 개발 준비를 병행하자는 것이었습니다. 말그대로 전략적인 도입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해외로 눈을 돌리게 되고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이 바로 가까운 한국의 게임 산업이었습니다. 당시 IT강국으로서 가장 선도하는 한국에서 SNS분야는 싸이월드를, 게임분야는 넷마블, 넥슨들을 벤치마킹하고 제휴를 하게 된 것이죠. 한국 역시도 포화된 국내시장에서 새로운 먹거리인 중국시장이 필요했습니다. 2003년부터 주로 각 분야별 실시간 뉴스와 엔터테인먼트, 스포츠, 패션 등의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종합 포털 사이트를 운영하는 것과 동시에 QQ게임(qqgame.qq.com)을 개설하고 온라인 게임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예전, 네이버 포털에서 같이 제공하던, 한게임 서비스와 유사합니다. 큐큐 게임이라는 온라인 게임 플랫폼에서 가장 먼저 배급한 게임이 바로 한국의 3D 온라인 게임인 ‘세피로스’(한국 게임 개발사 이매직)였으며, 계약금 60만 USD 로열티 30% 조건으로 수출 계약을 맺었고 기사 말미에는 텐센트는 한국 기업이 개발한 세피로스를 통해 게임 사업에 첫발을 내딛게 된 만큼 텐센트 회원들을 바탕으로 전폭적인 마케팅 활동을 펼칠 것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지금 텐센트 게임의 위상과 게임 관련 억도 아닌 조(兆) 단위의 매출액 규모를 생각하면 그 시작이 대한민국이었다니......아쉽고 또 아쉽습니다.
이후 텐센트 게임에서 대 히트를 친 한국 게임으로는 스마일게이트의 ‘크로스파이어’, 넥슨의 ‘던전 앤 파이터’ ‘피파온라인’, 엔씨소프트의 ‘블레이드앤소울’ 등이 있으며, 최근에는 크래프톤(구 블루홀)의 ‘배틀그라운드’도 중국 게임 시장에서 크게 성공했습니다. 이들은 모두 텐센트 큐큐 메신저와 큐큐/텐센트 게임이라는 플랫폼으로 중국에서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고 큰 매출을 올렸습니다.
텐센트는 2008년 이후에는 한국 게임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 잘 나가는 게임들까지 중국에 들여오기 시작했고, 여러 게임 유통을 통해서 쌓은 자금력을 바탕으로 한국과 글로벌 게임 기업의 지분을 공격적으로 들입니다. 다만 재미있는 것은 지분을 얼마나 인수하건 해당 회사의 경영 방식에 대해서는 일절 간섭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마치 텐센트에 투자한 쿠스베커 회장의 방식과 동일하죠. 이렇게 텐센트는 현재 주요 업무 중에 하나를 벤처캐피털이라고 말해도 무방할 정도로 수많은 기업에게 투자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제 제가 텐센트는 투자회사라고 말한 이유를 납득하실 것 같습니다.
제가 들은 명언 중 한가지가 바로 이것입니다. "내가 꼭 1등이 될 필요는 없다, 1등에게 투자하면 된다"
텐센트가 바로 그런 것 같습니다. 2009년부터는 라이엇(Riot) 사의 지분을 야금야금 가져가더니, 2011년에는 50%를 넘어 2015년 결국 지분 100%를 전부 텐센트 매입하고 당연히 라이엇의 최대 히트작인 리그오브레전드(League of Legends, 약칭 롤, 중문명: 英雄联盟)를 중국에 수입 및 유통하기 시작합니다. 2011년에는 당시 작은 게임사에 불과했던 에픽게임즈의 지분 48%를 취득하고 2018년에는 에픽게임즈에서 개발 및 유통해서 대박을 친 포트나이트(Fortnite, 중문명: 堡垒之夜)를 중국에 배급합니다. 2013년에는 워크래프트, 스타크래프트, 월드오브워크래프트(WOW), 콜오브듀티 등으로 너무나 유명한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지분을 5% 정도 사들이고, 2014년에는 한국 넷마블에 5,300억 원을 투자하여 지분 28%를 취득하여 3대 주주가 됩니다. 2016년에는 클래시 오브 클랜(Clash of Clan, 중문명: 部落冲突)과 클래시 로열(Clash Royale, 중문명: 部落冲突, 皇室战争) 등으로 유명한 핀란드의 슈퍼셀(Supercell)까지 약 85%의 지분을 인수해서 최대 주주가 됩니다.
이렇게 해외 유명 게임 기업의 지분 확보 및 관련 게임의 중국 유통과 동시에 텐센트는 원래 하려고 했던 자체 게임 개발진행하는데, 사실 처음은 모두가 비슷하지만 텐센트의 초창기의 자체 개발한 게임 역시 아예 해외 유명 게임들을 대놓고 카피하는 수준이었습니다. 2004년 텐센트에서 처음으로 제작한 게임은 큐큐탕(QQtang, QQ堂, qqtang.qq.com)이라는 게임인데, 캐릭터들이 지도 위에서 이리저리 돌아다니면서 폭탄을 설치해 놓고 그 폭탄으로 상대방을 제거하는 게임입니다. 아마도 눈치채셨겠지만 한국 넥슨의 크레이지 아케이드를 카피해서 만든 게임이며, 사실 한국의 넥슨 역시 일본 허드슨사의 봄버맨 콘셉트를 그대로 카피하여 만든 게임이기 때문입니다. 또다른 예로 큐큐 스피드(QQ飞车, speed.qq.com) 또한 넥슨의 카트라이더를 카피해서 만든 게임이며, 넥슨 역시 닌텐도의 마리오 카트를 참고해서 만들었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입니다. 중요한 것은 텐센트는 어차피 카피해 온 것에 대해서 그저 원본보다 더 잘 만들면 될 뿐이라고 생각하며 개의치 않습니다. 지금 중국에서는 텐센트는 모바일 게임 점유율 50% 이상으로 2위인 넷이즈(网易, 왕이) 15.8%의 3배 이상의 압도적 시장 지배자이며, 글로벌로 범위를 넓혀도 이미 전 세계 1위의 게임 개발사 및 유통사가 되었습니다. 실제로 텐센트의 전략 자체도 좋았고 실행 방식도 좋았겠지만 어쨌든 QQ게임의 성공은 또 QQ메신저를 떨어뜨리고 말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며, 이미 대부분 중국 사람들은 QQ아이디를 가지고 있었고, QQ게임에서 제공하는 모든 온라인 게임은 추가적인 어떠한 절차도 없이 QQ메신저에서 로그인한 상태라면 바로 실행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QQ아이디를 눌러보면 이 사용자가 QQ내에서 어떤 게임을 했고, 글로벌 순위가 얼마고 최근에 한 게임이 무엇인지 등의 정보를 볼 수 있습니다. 거의 QQ아이디 하나만 있으면 대부분의 게임, 위챗 등 온라인 세상 속의 프리패스? 이 정도면 온라인 신분증으로 봐야합니다.
특히 최근에는 코로나19 전에도 동시 접속자 수가 6,000~7,000만 명 정도였는데, 코로나19로 인한 집콕 시간 장기화로 최대 1.5억 명이 2020년 춘절 기간에 접속한 것으로 나왔다고 합니다. 동시 접속자 수가 1.5억 명, 한국 인구 3배의 사람들이 같은 순간을 경험하고 있다는 것에 텐센트는 글로벌 유명 게임 유통 및 자체 개발 게임 두 가지 영역에서 모두 압도적 성공 신화를 썼다고 볼 수 있으며, 이것이 바로 텐센트의 미래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현재 텐센트(腾讯, Tencent)는 중국 IT 복합기업으로, 홍콩증권거래소에 상장된 글로벌 기업으로 전세계 시가총액 10위권, 중국 시가총액 1위로 한화 약 1,100조원의 엄청난 규모의 대기업으로 복합적 사업을 영위하는 투자회사로 변모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텐센트의 미래는 지금 거대한 수의 사용자, 가입자들이 가져다 주는 막강한 유저파워와 그것을 기반으로 투자와 비즈니스, 마케팅 전략을 대입할 수 있기 때문에 밝을 수 밖에 없다라고 생각합니다.
그럼 다음편에는 중국의 삼성이라고 이야기하는 화웨이를 알아보겠습니다.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드리며, 위챗에 대해서는 차후 더 자세하게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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